이나영 교수 '페미니즘으로 본 위안부 운동' 창원 특강
공감·지역사 기록 강조…"소녀상, 역사적 성찰 밑바탕"

"소녀상이 왜 논란일까요? '네가 나를 부정했지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형상으로 보여주는 거죠. 가해자들이 볼 때마다 뜨끔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겠죠."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소녀상 건립 운동을 '피해자성의 확장과 가해자성의 성찰'로 설명했다.

이 교수가 지난 8일 창원대에서 '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초청 강연은 창원시 양성평등 기금 지원사업으로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이 주최했다.

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역사와 의의를 설명하면서 '공감된 청중 만들기'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의 문제로 공명할 때 연대와 책임이 계승된다는 것. 소녀상은 그러한 공명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지난 8일 오후 창원대 내 NH인문홀에서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 주최로 일본군 '위안부' 주제 초청강연과 토크쇼가 열렸다. 이날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일본군 '위안부' 운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정봉화 기자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1000차 '수요시위'를 기념해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졌다. 원래 비석 형태로 제작하려 했으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상황과 내용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낀 작가들의 제안에 따라 조각으로 형상화됐다.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역사를 상상할 수 있도록", "사람들과 의사소통 가능한" 형태를 고민하다 만들어진 게 소녀상이다.

소녀상이 세워지자 맨발에 양말이 신기고, 손뜨개질한 모자와 목도리가 둘러졌다. 이러한 현상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나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피해자성의 확장으로 연결된 셈이다.

반면 일본 아베 정권의 소녀상 철거 요구나 일부 보수 남성들의 소녀상 훼손은 폭력 사실과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행위다. 이 교수는 '역사의 산증인'으로 소녀상은 일본의 과거 범죄행위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역사와 존재에 대한 환기와 내적 성찰을 요구한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지역마다 소녀상 건립 운동만큼이나 "지역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더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남성중심적·공식적 기록 위주의 거대(권력자) 역사를 여성의 경험과 목소리, 대항적 기억으로 재고하게 함으로써 역사와 기록·사료에 대한 사유를 전환시킨다"며 증언 채록과 증언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인데, 정부 주도로 만들면 지역 역사는 사라진다"면서 "우리 지역에서 일제강점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연구하고 기록한 기록관이 필요하다. 지역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에 이어 문경희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사회로 토크쇼가 진행됐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기 위한 배지를 제작해 주목을 받았던 마산무학여고 동아리 '리멤버' 소속 김조은 학생을 비롯해 신동규 창원대 교수,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 대표, 양영아 창원여성회 회장, 최호진 경남청년유니온 정책팀장, 황경순 민주노총경남본부 여성위원장이 패널로 참석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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